-특수교육 대상자 급증에도 교육은 외면당해
-장애아 학부모들 “보낼 곳이 없다” 하소연
-지역주민은 혐오시설로 치부…건립에 차질
-특수학교 터 잡아도 주민반발로 번번이 무산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제대로 된 교육을 받겠다는 발달장애아 학부모들의 끝이 보이지 않는 싸움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특수교육 대상자가 급격히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지역 주민들의 님비(NIMBY)로 각종 관련 시설 건립이 차질을 빚고 있고, ‘통합교육’이란 이름으로 포장돼 일반학교로 보내진 아이들 역시 그곳에서 외면받으며 갈 곳을 잃었다.
시교육청 앞에서 시민단체와 학부모들이 장애인 교육권을 보장해달라는 집회를 하고 있다.
20일 교육부에 따르면 특수교육 대상 장애학생의 수는 지난해 8만8067명으로 지난 2006년(6만2538명) 대비 40.8% 증가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전국 특수학교의 수는 143개교에서 167개교로 24개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정원으로 계산하면 2000명 남짓에 불과한 수치다. 이 때문에 특수교육 대상자의 약 30%만이 특수학교에서 교육을 받고 있다.
게다가 2008년 개정된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특수교육법)에 따라 특수학교 학급당 정원은 유치원 4명, 초등ㆍ중학교 6명, 고등학교 7명으로 이전 최대 12명에 비해 대폭 감소했다.
이처럼 시급한 문제임에도 지역 주민의 반대에 부딪혀 번번이 발달장애아동을 위한 학교 설립은 좌절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각 시도교육청이 학교를 설립하려 예산과 부지를 확보하고 구체적인 착공 시일을 받고난 뒤에도 지역 주민이나 해당 지역구 의원, 자치단체장 등의 방해로 기존 용도와는 다른 건물이 건설되거나 무기한으로 미뤄지는 경우가 많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발달장애아동을 자녀로 두고 있는 부모들의 움직임은 보다 적극적일 수 밖에 없다.
‘함께가는서울장애인부모회’와 ‘서울특수학교학부모협의회’ 소속 학부모 70여명은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1일까지 4박5일간 서울특별시교육청과 종로경찰서 등에서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동대문구 제기동에 위치한 성일중학교 부지 내 건립 예정인 커리어월드가 공사가 중단된 채 당초 3월말로 예정된 완공일자를 넘겼고, 특수학교 건립이 추진 중이었던 강서구 공진초와 서초구 언남초 터 역시 주민 반발로 공사가 시작조차 되지 못하고 있는데 따른 항의였다.
시교육청에 따르면 현재 서울시내에 총 29개의 특수학교가 운영중이나 양천구와 금천구, 영등포구, 용산구, 중구, 성동구, 동대문구, 중랑구 등 8개 자치구엔 단 한곳도 없는 상태다. 이 때문에 특수학교에 등교하지 못하는 학생들은 교사가 직접 가정을 방문하는 ‘순회학급’을 통해 교육을 받고 있으나 이 또한 주 2회 2시간씩에 불과해 제대로 된 교육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밖에 상당수의 발달장애 학생들은 ‘통합교육’이란 이름으로 다른 학생들과 한 교실에서 생활하고 있지만 이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점도 만만치 않다.
서울 시내 초등학교 교사인 임모(48ㆍ여) 씨는 “통합교육으로 인해 발달장애 아동들은 기본적으로 일반 학급 구성원으로 편성된 후 매일 2~3교시 정도 특수반에서 교육을 받은 후 나머지 시간을 원 학급으로 돌아와 교육을 받고 있지만, 대부분의 교사들이 이같은 특수교육에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들 학생들에 제대로된 교육을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수업시간에 갑자기 소리를 지르거나 복도를 뛰어다니는 자폐학생 등이 있으면 해당 교실의 수업은 사실상 제대로 진행되기 힘들다”고 했다.
이 때문에 발달장애 학생들은 일반 학생 및 이들의 학부모로부터 공공연하게 따돌림을 당하는 경우도 많고, 교사들 역시 적응에 실패한 해당 학생을 다른 학교로 서둘러 옮기길 원하는 일종의 ’폭탄 돌리기‘가 반복된다고 임 교사는 귀띔했다.
여기에 발달장애인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발달장애인법)이 지난해 11월부터 시행되며 국가 및 지자체는 ‘발달장애 평생교육기관’과 ‘발달장애 지원센터’를 각지에 설립할 예정이지만, 벌써부터 관할 지자체에선 지역민들의 극심한 반대가 생기지나 않을까 눈치만 보고 있다. 서울시 장애인복지정책과 관계자는 “발달장애 아동을 위한 시설은 경마장이나 소각장처럼 혐오시설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지만 후보지가 선정되는 순간 해당 지역주민들은 혐오시설보다 더한 극심한 저항을 하는 경우가 많아 고민 중”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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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헤럴드 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