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련 소장평택여자단기청소년쉼터
김혜련 소장
평택여자단기청소년쉼터

가출청소년과 학교에 다니지 않는 학교 밖 청소년이라는 말은 들어봤어도 가정 밖 청소년이라는 단어는 낯선 분들이 많을 것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가출청소년은 가정을 등지고 집을 나온 청소년을 뜻한다. 흔히 가출청소년은 비행 청소년이나 부적응 청소년으로 인식되고 있다. 언론 보도를 통해 다뤄지는 청소년 비행과 각종 범죄 연루 뉴스 등은 더더욱 가출청소년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덧칠하고 있다.

비행 청소년 등 부정적 의미의 청소년으로 낙인찍기에 앞서 우선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해당 청소년들이 자발적으로 가정을 등지고 나온 것인지, 가정을 떠날 수밖에 없는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인지를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2019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가정 밖 청소년 자립실태조사>에 따르면 청소년 가출 사유의 74.2%가 가족 간의 갈등이나 폭력에서 기인한다고 한다. 가정해체, 방임, 불화, 학대, 폭력 등의 가정 내 문제로 가정이라는 울타리에서 보호받을 수 없는 청소년들이 가정 밖으로 나오게 되는 것이 대다수이다.

청소년 가출은 폭력 현장에서 탈출해
거리로 나온 것, 사회 안전망 속에서
‘가정 밖 청소년’ 보호할 주체 마련해야

이런 이유로 나오게 된 청소년들은 자의적인 일탈이 아닌 폭력의 현장으로부터 탈출하여 청소년쉼터에 입소하거나 가출팸을 만들고, 단기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등 가정을 떠나 거리로 나오게 되는 것이다. 청소년쉼터나 종사자를 보는 시선도 그리 다르지 않다. 청소년쉼터는 흔히들 문제가 있는 가출청소년들이 있는 곳으로 알고 있으며, 쉼터에서 일하고 있다고 이야기하면 문제아들과 함께 생활하느라 얼마나 힘드냐며 걱정하는 말을 듣기 마련이다. 여러 가지 고민이 조금 더 많은 청소년과 생활하고 있을 뿐인데도 그들을 사회적 안전망 속에서 보호하고 지원해야 하는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 인정하고 권리의 주체로 보는 관점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렇듯 가출이라는 용어에 들어 있는 부정적 인식과 가출청소년이라는 단어가 비행 청소년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고 보고,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는 가출이라는 행위에 초점을 두기보다 발생 원인에 따른 예방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가정 밖 청소년인권 보호 정책을 개선하도록 권고하였다. 가정 밖이라는 상황에 초점을 두고 이들에 대한 실질적인 보호와 지원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 용어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이에 현행 청소년복지 지원법 제16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가출이라는 용어를 가정 밖으로 대체하고 이에 따라 가정 밖 청소년에 대한 지원 및 보호 대책을 마련할 것을 여성가족부 장관에게 권고하였다. 이에 따라 지난 218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는 '가출청소년'이라는 법률적 용어를 '가정 밖 청소년'이라는 표현으로 사용하는 청소년복지 지원법개정안을 통과시킴에 따라 나온 명칭이 바로 '가정 밖 청소년'이다.

용어를 변경하는 것만으로 무슨 큰 의미가 있겠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 변화의 결과는 결코 작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새로운 시각으로 가정 밖 청소년에게 뿌리 깊게 자리 잡은 부정적 낙인을 거두어야 한다. 조금 다른 환경을 경험한 가정 밖 청소년을 이해하고, 지역사회 소중한 구성원으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받아들여야 한다. 한발 더 나아가 가정 밖 청소년의 범위를 10대뿐만 아니라 원 가정의 지원 없이 성인 진입기에 직면하여 자립해야만 하는 20대까지 확대하여야 한다. 평택에서도 모든 가정 밖 청소년들이 자립하기까지 사회적 응원을 받을 수 있도록 보호와 지지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끊임없이 논의하고 사회적 안전망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