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을 과다하게 사용하면 갑작스러운 내사시를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허환 전남대병원 안과 교수팀은 2009~2014년 급성 내사시로 병원을 찾은 7~16세 청소년 12명을 대상으로 스마트폰 사용과 내사시의 연관성을 조사했다. 통상 내사시는 5세 이전에 발생하는 경우가 잦다. 5세 이후에 생기는 내사시는 극도로 스트레스를 받거나 뇌에 종양이 생기는 상황을 제외하곤 드물다. 하지만 조사 결과 이들 12명은 뇌 MRI나 신경학 검사 등에서 아무런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 이에 연구팀은 이들이 스마트폰을 20~30㎝의 가까운 거리에서 하루 4~8시간씩 장시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연구팀은 이들에게 스마트폰 사용을 두 달간 중단하도록 한 뒤 사시 각도의 변화를 관찰했다. 그 결과 9명은 많게는 절반 이상 사시 각도가 줄면서 수술이 필요 없을 만큼 정상 수준으로 회복됐다. 허 교수는 “이는 내사시의 원인이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 때문이었음을 증명하는 것”이라며 “가까운 거리에서 스마트폰을 오랜 시간 사용하면 눈모음이 유지돼 눈 안쪽 근육이 강화되고 이로 인해 양쪽 눈을 벌리는 게 어려워지면서 내사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수개월 이상 이런 증상을 방치하면 근육이 굳어 스마트폰을 중단해도 호전이 안 돼 수술을 해야 한다.
허 교수는 “먼 곳을 볼 때만 사물이 두 개로 보이다가 점차 가까운 물체까지 두 개로 보이게 되면 내사시가 상당히 진행됐다는 의미로 즉시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며 “특히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은 자녀의 눈동자가 한쪽으로 몰렸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과한 스마트폰 사용을 자제하고, 눈을 고정시켜 한곳만 오래 응시하는 작업을 할 때는 틈틈이 다른 곳을 보거나 눈을 감는 등 눈의 피로를 풀어주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논문은 안과학 분야 국제학술지인 ‘BMC Ophthalmology’에 게재됐다.
황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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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중앙일보] 청소년 스마트폰 과다 사용 땐 ‘급성 사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