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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문제의 너무도 간단한 해결책
글쓴이 : 홈지기
      조회 : 3,968회       작성일 : 2014-11-17 13:19  
청소년 문제의 너무도 간단한 해결책

경향신문  입력 : 2014-11-17 09:25:01ㅣ수정 : 2014-11-17 11:31:05

 
전성수 (부천대학교 교수, 하브루타교육협회장)

우리나라의 청소년 문제는 너무나 심각하다. 학교폭력, 자살, 왕따, 게임중독, 인터넷 중독, 가출, ADHD 등 이루 헤아릴 수가 없다. 국가에서 이 때문에 매년 수십조 원의 돈이 들어간다고 봐야 한다. 소아정신과나 여러 소아 청소년 클리닉, 미술치료와 음악치료, 놀이치료 등이 넘치는 이유는 이를 치료하기 위해서이다. 이제 상담사가 학교에 배치되고 이런 청소년을 치료하는 바우처 제도에 너무나 많은 돈이 투입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치료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예방에는 관심이 없다. 치료에 들어가는 금액의 10%만 예방에 투자해도 더 좋은 효과를 낼 수 있다.

우리는 주로 청소년 문제 행동에 초점을 두고 치료하려 한다. 하지만 그 문제 행동을 일으키는 본질을 해결하지 않으면 또 다른 문제 행동으로 연결된다. 청소년들의 문제 행동은 스트레스로 인한 분노에 있다. 그들 마음속에 분노로 가득하다.

필자가 보기에 이런 청소년 문제의 해결책은 의외로 너무 간단하다. 그 해결책은 청소년들의 입을 열게 하고 그들의 말을 들어주면 된다. 사람들이 정신과에 가서 무엇을 하는가? 마음속에 있는 말들을 쏟아놓는다. 정신과 의사는 단지 이야기를 들어줄 뿐이다. 상담사는 무엇을 하는가? 내담자의 말을 들어준다. 실컷 듣고 나서 그에 대해 몇 마디 조언을 할 뿐이다. 화병이나 한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속에 있는 말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땅의 모든 청소년들은 가정에서든, 학교에서든, 사회에서든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그 스트레스를 어떻게 푸느냐 하는 것이다.

스트레스 해소 방법으로 가장 강력한 수단이 무엇인가? 바로 수다다. 이야기를 많이 하면 그만큼 스트레스가 줄어든다. 그런데 우리는 청소년에게 이야기를 할 기회를 주지 않는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가장 많은 시간을 학교에서 보내는데, 거의 대부분 듣는 수업이기 때문에 말할 기회가 없다.

선생님이 가장 많이 하는 말도 “조용히 해, 시끄러워, 떠들지 마”와 같은 말들이다. 청소년들은 쉬는 시간 빼고 학교에서 단 한 마디도 못하고 집에 올 수도 있다. 이게 정상적인 교육인가? 학원 같은 사교육에서는 더 말을 하지 못하게 하고, 집에서도 마찬가지다. 집에서 청소년이 아버지와 대화하는 시간이 하루에 37초에 불과하다는 조사도 있다. 중학생이나 고등학생이 집에서 부모에게 말을 하려고 하면 “쓸데없는 말하지 말고 공부나 해”라는 말이 돌아온다. 대부분의 부모의 말이 “공부해, 밥 먹어, 게임 그만해”와 같은 ‘해라, 하지 마라’의 요구와 지시들이다.

유대인들은 가정에서 부모와 자녀 사이에 항상 질문과 대화, 토론이 있다. 부모가 자녀와 그 어떤 문제든지 이야기를 통해 풀게 되면 자녀의 마음속에 스트레스가 쌓일 이유가 없다. 유대인은 이미 태교에서부터 아이와 대화를 시작해서 태어나면 베드타임 스토리 등을 통해 충분히 대화하고 소통하므로 아이의 마음속에 스트레스를 쌓지 않게 한다. 더불어 토론은 아이가 그것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공부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타율적으로 공부하라고 할 필요가 없다. 이런 질문과 대화, 토론, 논쟁의 문화가 하브루타이다.

사랑은 상대방의 마음을 알아주고 헤아리는 것에서 출발한다. 부부간의 사랑 역시 상대의 마음을 알아주는 것에서 시작된다. 부모가 자녀를 사랑한다면 가장 먼저 자녀의 마음을 알아주어야 한다. 그렇다면 자녀의 마음을 알아주는 방법은 없는가? 아이를 최신 MRI 기계에 넣고 사진을 찍으면 마음이 찍히는가? 자녀의 마음을 알 수 있는 방법은 대화 외에 아무것도 없다. 그래서 부모는 무엇보다 자녀에게 좋은 경청자가 되어 주어야 한다. 자녀가 충분히 자신의 마음을 표현할 수 있도록 인내해야 한다. 그리고 사랑과 관심을 기울여 들어야 한다. 자녀에게 부모의 사랑과 관심을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녀가 무슨 할 말이 있어 보일 때 하던 일을 멈추고 자녀에게 주의를 집중하는 것이다. 이렇게 자녀의 말을 들어주고 그 마음과 감정에 공감해주면 청소년 문제는 거의 사라진다.

하브루타는 이야기를 많이 하게 한다. 이야기를 많이 나누면 스트레스가 쌓이지 않는다. 학교에서도 공부를 친구들과 대화, 토론, 논쟁으로 하게 되면 친구 관계가 좋아지고, 스트레스가 풀리고, 공부가 재미있고, 소통과 협상 능력까지 길러진다. 청소년 문제의 해결책, 그것은 아이의 입을 열어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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