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이탈 청소년의 아픔까지 보듬는다… 현장형 위센터 ‘친구랑’
서울 신림동서 개소
글·사진=이도경 기자 입력 2014-08-27 03:57
학교이탈 청소년의 아픔까지 보듬는다… 현장형 위센터 ‘친구랑’ 기사의 사진상담교사들이 26일 오후 개소를 하루 앞둔 서울 신림동의 현장형 위(Wee) 센터 ‘친구랑’에서 회의를 하고 있다. 위 센터가 학교에 다니는 위기학생들을 위한 기관인 데 비해 친구랑은 학교를 이탈한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다.
학교이탈 청소년 A군(14)은 싸움의 기술을 익히고 있다. A군은 하루도 빼먹지 않고 운동을 하고 덩치를 키우기 위해 고기와 우유도 열심히 먹고 있다. 힘을 기르는 이유는 단순하다. 자신의 친형을 때려주기 위해서다. 어른들이 꿈에 대해 물으면 “형을 때려죽이고 교도소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교도소에 가면) 먹여주고 재워주고 얼마나 좋으냐”고 대꾸했다. A군의 친형(18)은 틈만 나면 주먹을 휘둘렀다. 생계 문제로 A군을 돌볼 겨를이 없는 어머니 눈을 피해 거의 매일 사고를 쳤다. A군 형도 학교를 나와 배달 아르바이트 등을 하며 지내는 학교이탈 청소년이다. 일하다가 스트레스를 받은 날은 더욱 거세게 주먹을 휘둘렀다. A군 형도 별다른 장례희망이 없다. PC방에서 새벽녘까지 게임하고 오토바이를 몰고 비슷한 처지의 친구들과 몰려다닌다.
A군과 같은 학교이탈 청소년을 위한 교육 당국의 프로그램이 잇따라 도입되고 있다. 27일에는 학교이탈 청소년 밀집지역인 서울 신림동에 ‘현장형’ 위(Wee) 센터인 ‘친구랑’이 문을 연다. 위 센터가 학교를 다니는 위기학생들을 위한 기관이라면 친구랑은 학교를 뛰쳐나간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다. 센터가 현재 접촉 중인 학교이탈 청소년은 A군을 포함해 900여명 수준이다. 신성희 센터장은 “A군의 상담을 진행하면서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 A군은 센터 상담사들의 집중적인 상담을 받을 예정”이라면서 “A군 어머니와 형의 면담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올해 초부터 학교이탈 청소년이 고민을 털어놓고 상담을 받으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을 준비해 왔다. 상담사 3명과 사회복지사 2명이 근무하게 되며 학교복귀 계획이나 진로를 찾아주는 역할을 한다. 센터는 휴게실, 상담실, 학습실, 요리치료실을 갖춰 학교를 떠난 아이들이 언제든 들러 무료로 차를 마시거나 간식을 먹을 수 있다. 인터넷을 사용하고 휴대전화 충전도 가능하다.
학교이탈 청소년, 학교폭력 가·피해자 등 위기 청소년들이 기차를 타고 자연 휴양림에서 ‘힐링’을 하는 프로그램도 도입됐다. 교육부·산림청·한국철도공사가 26일 시작한 ‘숲으로 가는 행복열차’이다. 첫 회는 동대구역에서 출발해 인근 휴양림을 도는 프로그램이다. 숲 체험, 상담, 문화탐방을 통해 학교생활에서 어려움을 겪는 위기학생들이 정서적·심리적 안정감을 회복하도록 돕는 방식이다. 세 기관은 권역별로 산림교육시설을 잘 갖춘 자연휴양림을 선정했으며, 내년 2월까지 매달 1∼2회 열차 1량을 지정해 모두 10회 운영할 계획이다. 일선 학교폭력 가·피해자, 학업중단 학생, 자살 시도·위험 학생, 가정해체 학생 등 위기학생을 대상으로 시·도교육청별로 참여 학생을 선정한다. 올해 참여 학생을 대상으로 분노 조절, 자존감 회복 등 효과를 분석해 내년도 운영범위 확대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글·사진=이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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