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에서 개봉되는 영화들 중 청소년들이 주인공이지만, 정작 청소년은 볼 수 없는 영화들이 많다. 그 이유는 학교에서는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학원폭력과 언어사용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다 보면 ‘청소년 관람불가’라는 심의 판정을 받기 때문
2013년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았다가 재심의를 통해 ‘15세 관람가’를 받은 <명왕성>, 그리고 올해 4월 17일 개봉한 영화 <한공주>, 이어 6월 26일 개봉한 <이것이 우리의 끝이다> 그리고 오는 28일 개봉하는 영화 <야간비행> 모두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으로 정작 청소년들은 관람할 수 없다. 그렇다면 청소년이 주인공인 영화들은 과연 누가 봐야 할까?
지난해 7월 11일 개봉했던 영화 <명왕성>은 처음에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은 후 재분류 심사를 통해 15세 관람가로 등급을 조정 받은 경우다. <명왕성>은 사립 명문고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과 인질극을 통해 무한 경쟁을 강요하는 입시 위주의 교육 문제를 신랄하게 꼬집은 작품으로, 당시 신수원 감독이 고집스럽게 편집까지 다시 하며 15세 관람가 등급으로 관객들을 만났다.
올해 4월 17일,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으로 개봉했던 영화 <한공주>는, ‘밀양 여고생 성폭생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다. <한공주>는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쫓기듯 전학 다니는 주인공을 통해 피해자를 지키지 못하는 사회의 무능함을 비판하고 청소년 성폭행 문제에 대한 고민을 던진다. 폭력성과 선정성 등, 모방위험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았다. 지난 6월 26일 개봉한 영화<이것이 우리의 끝이다> 역시 비속어 사용 등 청소년이 모방할 수 있는 유해성을 담고 있다 하여 청소년관람불가 판정을 받았다. <이것이 우리의 끝이다>는 24시간 편의점을 배경으로 아르바이트 생들과 편의점을 찾는 손님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청년들의 현실을 가장 가깝게 나타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정작 10대는 볼 수 없었다.
오는 28일 개봉을 앞둔 이송희일 감독의 영화 <야간비행> 역시 예외는 아니다. <야간비행>은 입시경쟁, 왕따, 자살, 폭력으로 뒤엉킨, 괴물로 변해버린 ‘학교’에서 살아남기 위해 서로를 배신하고 이용하는 소년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대구 고교생 자살직전의 CCTV 영상에서 모티브를 얻었다는 이송희일 감독은, 정글 같이 성적 경쟁만 요구하는 학교 사회에서 어떻게 우정이 부서지고 서로를 배신하고 약자들이 배척되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전한다. 10대들을 고립시켜가는 사회의 모습들을 묵직하게 통찰한 영화<야간비행>은 제64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 국내 작품으로 유일하게 공식 초청돼 해외 관객들에게까지 깊은 공감을 이끌어 냈다. 이 영화 역시도 비속어, 폭력성 등을 이유로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아 청소년들은 보지 못한다.
이처럼 오히려 10대들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묘사한 작품들은 모두 청소년들에게 유해하다는 판정으로 정작 주인공인 청소년들이 관람할 수 없는 것이 현실. 그렇다면 청소년들의 현실을 이렇게까지 만든 어른들이 관람하고 다시금 청소년들을 위로해야하는 데 그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현실 속에 고통받는 10대들을 위로하고 싶었다는 이송희일 감독의 바램은 현실 속에서는 10대들을 만날 수 없게 되어 버렸지만 그로 인한 어른들의 반성과 통찰은 더 깊어져야 할 것이다.
비정한 학교 속 청소년의 군상을 그린 영화 <야간비행>은 어릴 적 둘도 없는 친구였던 1등급 모범생 용주(곽시양 분)와 문제아 일진 기웅(이재준 분)이 서로 다른 고등학교 시절을 보내며 학교와 가정, 사회 속에서 외로워하며 서로에게 의지하고 우정을 만들어가는 드라마로 오는 28일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글: 제상민(무비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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