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학술대회서 "코로나19 1년 실태 조사 필요" 강조
성인 중심 조사 한계 많아…"연령 특성 맞춰 다각도 접근 필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이 국내 아동·청소년의 정신건강에 미친 영향에 대한 정확한 실태 조사가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지난 7일 열린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국립중앙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소희 과장은 코로나19로 교육현장에서 학생 정신건강 현황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마땅히 참고할 지표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 과장은 "학교에서는 등교 일수가 제한되고 학습이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등 비대면 교육이 증가하면서 교사가 학생들의 상태를 파악하는데 한계가 발생한다"며 "정서행동특성검사 뿐만 아니라 코로나19가 학생들에게 미친 영향에 대한 정확한 실태조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현재 코로나19에 대한 정신건강 측면 실태 조사와 연구가 성인 위주인 점도 한계로 꼽았다. 또한 코로나19로 부모를 포함한 성인 인구에게서 일어나는 변화와 아동·청소년인 자녀의 정신건강 사이 관계도 면밀히 파악해야 한다고 했다.

이 과장은 "코로나19 유행 기간 음주 빈도와 음주량 조사처럼 게임 중독 실태를 조사하는 등 아동·청소년의 특성을 더 반영한 조사와 연구가 진행돼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코로나19로 국내 우울위험군이 4~5배 증가하는 등 계속 증가세에 있다. 성인을 대상으로 한 지표엔 학부모가 포함된다. 그럼 부모님의 우울이 자녀에게 얼마나 영향을 끼치는지도 조사해봐야 한다"고 했다. 

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는 지난 7일 온라인으로 춘계학술대회를 진행하고 코로나19 이후 1년간 아동·청소년 정신건강에 미친 영향과 앞으로 연구 과제에 대해 논의했다(사진 출처: 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온라인 시스템 캡처). 
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는 지난 7일 온라인으로 춘계학술대회를 진행하고 코로나19 이후 1년간 아동·청소년 정신건강에 미친 영향과 앞으로 연구 과제에 대해 논의했다(사진 출처: 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온라인 시스템 캡처).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현수 교수(사진 왼쪽)는 코로나19라는 사회적 변화가 아동·청소년에게 끼친 영향이 조사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질병관리청은 지난 해 실시한 '청소년건강행태조사'에서 국내 청소년의 정신건강 지표가 1년 사이 개선됐다고 밝혔다. 질병청 발표만 보면 우리 청소년들은 지난 해 예년보다 행복하게 보낸 것처럼 보인다"고 꼬집었다.

질병청이 지난달 1일 발표한 '2020년 청소년건강행태조사'에 따르면 청소년 중 우울감을 느낀 비율은 전년 대비 3%p 하락하고 스트레스 인지율은 5.7%p, 자살생각률은 2.2%p 감소했다.

김 교수는 "그러나 서울시는 지난 해 자살 건수가 전년 대비 20% 증가했다고 보고 있다. 미국·일본·영국 등 해외에서도 10대 이하 젊은 세대의 정신건강이 위협받고 있다는 보고가 계속 나온다"고 지적했다.

영국 국립의료제도(NHS)는 지난해 10월 5~16세 아동·청소년이 정신건강 상 문제를 겪는 비율이 10.8%에서 16.0%로 5.2%p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지난 해 4월부터 10월까지 5~11세 아동이 정신건강 상 문제로 응급센터를 방문하는 비율이 24% 증가했다고 했다. 12~17세 청소년의 경우 31%까지 늘어났다. CDC는 "응급센터 방문 증가는 그만큼 사회에서 아동·청소년을 심리적으로 지지해줄 다른 시스템이 감소했다는 뜻"이라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실제로 현장에서는 많은 청소년들이 코로나19로 학교라는 사회적 연계망이 부재하면서 자신의 존재감이 사라졌다는데 불안감과 우울을 느끼고 있다"며 "코로나19가 아동·청소년의 정신건강에 일으킨 변화에 대해 좀 더 다각적인 시각에서 조사와 연구가 진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