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전담 공무원 A씨는 부모로부터 학대받은 지적 장애아동을 원 가정 분리하려고 했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일시보호시설과 학대피해아동 쉼터에서 장애아동은 입소가 불가능하다고 거부했기 때문이다.
A씨는 학대받은 아동이라 원 가정 분리가 꼭 필요하다고 시설 관계자들을 설득한 끝에 겨우 시설을 찾았지만 시간이 많이 흐른 뒤였다. 학대받은 장애아동과 그의 부모는 이미 이사를 가버렸고 A씨는 더는 원가정 분리 조치를 진행할 수 없었다.
학대피해 장애아동이 원 가정 분리와 학대 트라우마 치료라는 목적을 모두 실현하려면 학대피해아동 쉼터에 입소하거나 학대피해장애인 쉼터에 가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하지만 두 선택지 모두 문제가 많다. 학대피해아동쉼터는 학대피해 장애아동을 잘 받지도 않을뿐더러 사회복지사들이 장애아동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편이다. 학대피해장애인 쉼터 역시 자리가 많지 않고 장애인들이 연령이나 성별 구분없이 입소하기 때문에, 장애인들 간 인권침해 발생 가능성이 있다.
학대피해 장애아동을 전담해서 돌보는 쉼터가 필요하다는 지적은 전부터 있었으나 여전히 논의가 진전되지 않고 있다. 이 과정에서 원 가정 분리가 늦어져 재학대를 당하는 장애아동들이 계속 생기고 있다.
학대피해아동 쉼터와 학대피해장애인 쉼터 모두 학대받은 장애아동을 돌보기에는 문제가 많아 학대피해장애아동 전담 쉼터를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지만 현실화하진 않았다.
20대 국회 때 윤소하 전 의원이 전문 인력을 갖춘 학대피해장애아동 전담 쉼터를 설치하는 법안을 발의했지만, 법안은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당시 윤 전 의원 등 국회의원 11인은 장애인복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하며 "학대피해 장애아동은 연령과 장애의 특성에 적합한 보호를 위해 전문인력과 시설을 갖춘 보호시설이 필요하지만 학대피해 장애아동을 위한 전용 보호시설이 없다"며 "비장애 아동 또는 성인인 장애인을 주 대상으로 하는 보호시설을 전전하거나 원 가정 복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법안이 발의된 2017년 이후 3년이 지났지만, 장애아동이 학대를 받아도 전문적인 치료를 받지 못하거나 원 가정으로 복귀해야 하는 상황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학대피해 장애아동이 조기에 전문적인 치료를 받지 못하면, 장애나 트라우마가 심해질 수 있다"며 "이들을 위한 쉼터가 늘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