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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임 모르는 10대, 도움 안되는 학교 성교육
글쓴이 : 홈지기
      조회 : 7,543회       작성일 : 2011-09-26 14:43  
[아시아경제 성정은 기자]#. 한 달여 전 동갑내기 여자 친구와 처음으로 성관계를 가졌습니다. 둘 다 관련 지식이 부족하다 보니 관계 뒤 남은 건 걱정뿐이었습니다. 여자 친구 말로는 지금쯤이면 생리를 해야 할 때라고 하던데, 아직까지 안하고 있는 걸 보면 임신이 된 건 아닐까 걱정이 많이 됩니다. 피임도 하지 않은 터라 정말로 걱정이 많이 되네요. 계속 아무한테도 말을 못하고 둘이서만 고민하고 있다가 안되겠다 싶어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도와주세요.

최근 서울에 있는 한 병원의 산부인과에 접수된 진료 사례다. 이 사례의 주인공인 고3 수험생 김모(18)군은 오랜 고민 끝에 병원을 찾았다고 했다. 김군의 사례에서 보듯 혼인 전 낙태, 특히 청소년의 낙태와 피임문제가 시급한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보건복지부(장관 임채민)는 23일, 15~44세 가임기 여성의 낙태 건수가 2008년 이후 계속 줄어 지난해 15.8건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젊은이들 사이에 피임을 제대로 하는 문화가 자리를 잡은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지만 미혼 여성의 낙태율은 2009년 12.7건에서 지난해 14.1건으로 오히려 늘어났고, 고졸 이하의 임신중절자가 전체의 47.4%에 해당하는 등 상황은 더 나빠졌다는 것이 중론이다. 아직까지 성문제와 관련해선 터놓고 이야기를 하거나 또 배울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없어 임신 등으로 고민하는 청소년들이 많다는 것이다.

'세계 피임의 날'인 26일 순천향대학교 의과대학 산부인과학교실에 따르면, 13~18세 청소년 7만4000여명을 대상으로 성행태를 조사한 결과 성관계를 해본 여학생 가운데 임신을 경험한 경우는 10.5%, 임신을 했던 여학생 중 임신중절수술을 한 비율은 79.6%나 됐다.

또 연간 성교육 경험률은 72.2%에 그쳤으며, 성관계를 경험한 학생 가운데 피임을 제대로 한 경우는 38.2%에 불과했다. 10대 청소년의 경우 피임 상식을 잘 몰라 성관계가 임신 혹은 임신중절 수술로까지 이어지는 비율이 높다는 얘기다.

청소년들의 피임 문제가 이토록 심각한 상황에 이른 건 '교육'이 제대로 서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서창석 분당 서울대학교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학교에서 성교육이 어느 정도 이뤄지고 있긴 하지만 가정에서의 성교육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는 게 제일 큰 문제"라며 "학교에선 건전한 성관계, 즉 피임에 대한 교육을 하는 분위기가 생겨나고 있지만 집에선 아직도 순결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더 강해 학교 교육과 가정에서의 성교육 사이에 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여성가족부(장관 김금래)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청소년 유해환경 접촉 실태조사' 결과는 전문가들의 이 같은 지적에 힘을 보탠다. 이 조사에 따르면, '학교 성교육은 도움이 안된다'고 답한 비율이 28.2%에 달했으며 그 이유로는 '학년별 성교육 내용이 거의 비슷하다', '성교육 교재가 재미없다', '성교육 교사가 전문적이지 않다' 등이 꼽혔다. 성에 대한 고민이 있을 때 친구와 상의한다는 청소년은 34.3%, 혼자 해결한다는 응답은 18.1%, 전문 상담실을 이용한다는 답변은 8.4%였다.

학교나 가정에서 제대로 된 성교육을 받지 못한 청소년들은 성 문제 해결을 위해 전문가를 찾는 대신 인터넷 카페 등으로 발길을 돌리는 상황이다. 성 상담을 전문으로 하는 인터넷 사이트는 물론이고 블로그나 지식 검색 사이트에서도 김군과 같은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문제는 여기서 공유되는 피임 상식 상당수가 잘못된 것이라는 점에 있다.

서 교수는 "학교에서의 성교육과 가정에서의 성교육, 그리고 피임에 대한 사회 분위기가 제각각이기 때문에 청소년들이 갈피를 못 잡고 해결책을 음지에서 찾는 실정"이라며 "청소년들이 잘못된 피임 상식을 배워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려면 일정 나이가 된 청소년들이 건전한 성관계를 가질 수 있도록 청소년들에게 피임법 등을 제대로 알려주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이어 "가정에서의 성교육도 이젠 순결만을 강조하기 보다는 건전한 성관계를 가르쳐주는 쪽으로 바뀌어야 하고, 학교에서의 성교육이 좀 더 전문성을 띨 수 있도록 보건교사 교육 등도 함께 해나가야 한다"며 "성교육의 내용은 남성을 위주로 해 피임 없이 임신을 하는 것을 부끄럽게 여길 수 있도록 하는 문화를 만들어주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http://media.daum.net/society/others/view.html?cateid=1067&newsid=20110926130421345&p=akn&RIGHT_COMM=R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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