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인터뷰_사람꽃> 제주성안교회 윤인노 안수집사
쉼터에서 변화하는 아이들을 보는 게 기쁨
아이들을 위한 기도, 아이들 마음 감동시켜
가정 밖 아이들을 보는 시각 변해야
"우리가 책임지고 돌봐야 할 존재"
■ 방송 : CBS 라디오 <로드인터뷰_사람꽃> FM 제주시 93.3MHz, 서귀포 90.9MHz
■ 방송일시 : 2024년 4월 13일(토) 오후 5시 30분
■ 대담자 : 제주성안교회 윤인노 안수집사 (제주시 남자중장기 청소년쉼터 소장)
삶이 아름다운 크리스천을 만나는 시간, 로드인터뷰 사람꽃. 오늘은 제주성안교회 윤인노 안수집사를 제주CBS 김영미 PD가 만나봅니다.
◆김영미> 제주시 남자중장기 청소년쉼터 소개를 해주세요.
◇윤인노> 청소년쉼터는 청소년보호복지전문기관이고, 위기청소년 가운데 특히 가정 밖에 내몰린 아이들을 보호하며 자립을 돕는 기관입니다.
보통 위기청소년은 학교 또는 학업에 적응이 어려운 아이들, 사회적응이 어려운 아이들, 그리고 가정에서의 적응이나 어떤 어려움 때문에 위기 상황에 놓여있는 아이들을 말합니다.
◆김영미> 제주에서 가정 밖 청소년들은 어느 정도 됩니까.
◇윤인노> 학교 밖 청소년들에 대한 통계는 학교를 그만두는 시점에 교육청에서 카운트가 되는데요. 가정 밖 청소년은 통계를 조사하기 어렵습니다. 이미 가정을 떠난 아이들을 만나기도 어렵고요. 실질적으로 가정 밖 청소년을 알 수 있는 건 가출 신고를 한 경우에 경찰에서 그 데이터만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인데요.
매년 청소년 실태조사 같은 것을 하지만 대부분 가출을 한 경험이 있고 현재는 가정에 있거나 학교에 다니고 있는 아이들이기도 하기 때문에 가정 밖 청소년에 대한 정확한 통계를 찾기는 어렵습니다.
◆김영미> 중장기쉼터는 얼마나 머무를 수 있습니까.
◇윤인노> 청소년쉼터는 크게 나누면 3가지 유형이 있습니다. 일시청소년쉼터 이동형은 이용시설로 아웃리치, 고민 상담, 식사 등의 일시적 서비스가 제공되고, 일시청소년쉼터 고정형은 숙박시설을 갖춘 상태에서 최장 7일까지 일시보호를 할 수 있는 시설입니다. 주로 거리의 아이들을 발굴해서 다른 연계 자원으로 연계를 하는 역할을 하고요. 단기쉼터는 단기적인 개입이 필요한 아이들을 보통 3개월 동안 보호를 하고 연장을 하게 되면 최장 24개월까지 보호가 가능합니다.
중장기쉼터는 중장기적인 보호가 필요한 아이들을 위한 생활시설이에요. 3년간 보호를 하고 1년씩 연장을 해서 최대 4년까지 보호할 수 있고요. 특별한 상황이 있는 경우 1년씩 추가 연장이 가능합니다. 최근에 퇴소한 아이들 같은 경우, 길게는 6년 이상 쉼터에서 생활을 하다가 지금은 자립해서 생활하고 있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지난해 7월, 쉼터 가족 캠프 모습. 윤인노 소장 제공
◆김영미> 쉼터는 어떤 도움을 주고 있습니까.
◇윤인노> 가출 기간이 길어질수록 일단 의식주와 관련된 문제가 생기거든요. 그리고 아동학대나 가정폭력의 피해 아이들 같은 경우는 그 위험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해야 할 필요도 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아동기 때부터 정서‧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태로 성장하는 경우가 많아서 안전하게 보호를 하면서 아이들이 안정을 취할 수 있게 하는 것을 가장 우선으로 하고 있습니다.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은 학교생활이나 학업유지를 잘할 수 있게 지원도 해주고요. 취업을 준비하는 친구들은 자격증을 취득하거나 기술을 배운다든가 하는 진로 지원을 합니다. 우리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게 지원해 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감사한 것 중의 하나는, 올해 쉼터에서 생활하는 청소년 두 명이 대학에 입학하고, 장학금 지원 공모사업에 선정돼서 올 한 해 대학 등록금을 지원받게 됐고요. 중학교 3학년인 아이는 앞으로 4년간 매년 360만원씩 학업비 지원을 받게 됐어요.
◆김영미> 집사님은 이 일을 한지 얼마나 됐습니까.
◇윤인노> 저는 원래 사회복지를 공부하고 청소년활동기관에서 봉사를 하다가 고민으로 힘들어하는 아이들을 돕고 싶어서 다시 대학원에서 상담심리를 전공한 후에 상담사로서 일을 해왔습니다. 그러다가 2018년 청소년쉼터에서 근무해 보라는 주변의 권유를 받고 아내와 기도하던 중 확신이 있어 쉼터에서 소장으로 근무를 하게 됐습니다.
◆김영미> 보람도 크실 것 같습니다.
◇윤인노> 사실 제가 쉼터에 처음 간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다들 힘들 거라고 걱정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일의 어려움과 힘든 과정이 있지만 감사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쉼터에 적응을 잘해서 아이들이 자신의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해 가는 모습을 보는 것도 행복하고요. 조금은 느리지만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모습에서 이 일에 대한 보람을 느낍니다. 아이들에게도 감사합니다.
◆김영미> 신앙생활은 언제부터 했습니까.
◇윤인노> 청소년시기에 교회를 가긴 했지만 친구들과 놀러 가는 수준이어서 신앙생활이라고 할 수는 없고요. 30대 중반까지는 마치 사울처럼 교회 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비아냥대고 손가락질하는 사람이었어요.
그러다가 한림교회 권사인 장모님의 권유로 교회에 나가다가 2008년 제주성안교회에 정식으로 등록하면서 교회를 본격적으로 다니게 되죠. 그때부터 하나님이 제 마음도 움직이셨고, 초신자일 때는 예배드리면서 매일 눈물을 흘렸던 것 같아요.
제가 그동안 살아오면서 하나님을 모르고 살았던 것들, 제가 세상 속에서 자기 고집대로만 살아왔던 것들에 대해서 많은 후회와 반성이 있더라고요. 회개의 눈물 같았죠. 그 이후부터 예수님을 제 마음속에 받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
◆김영미> 교회에서도 아이들을 위한 중등교사로 열심히 봉사하셨죠.
◇윤인노> 2008년 성안교회에 등록하고, 세례도 받고 교회학교 중등부에서만 10여 년 정도 교사로 봉사를 했는데요. 쉼터에 있는 아이들에게 예수님의 사랑을 나누는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교회 중등부에서 아이들을 10여 년간 만나면서 아이들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졌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다양한 아이들을 만나는 게 제게는 훈련의 시간입니다. 그런 청소년에 대한 이해의 폭을 지금 아이들에게 적용시켜 근무하다 보니까 지금 아이들과의 관계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제주성안교회 시무예배에 참석한 모습. 윤인노 소장 제공
◆김영미> 쉼터에 나온 아이들 가운데 교회를 다니게 된 경우가 있습니까.
◇윤인노> 이게 참 안타까운 건데요. 한 가지 예로 쉼터의 한 아이가 쉼터에 오기 전에 있었던 그 기관이 종교와 관련된 기관이었나 봐요. 아이하고 얘기하다 보니까 종교에 대한 강요를 많이 받아선지 이제 교회는 가기 싫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함께 제주성안교회를 다니는 쉼터 선생님하고 항상 아이들에게 '너를 위해서 기도하고 있어' 이런 얘기를 자주 합니다. 그런데 작년에 한 아이가 '선생님이 나를 위해서 기도해 주고 있으니까 나도 선생님을 위해서 교회 한 번 나가줄게요'라고 하더라고요. 그 아이가 지금은 교회 중등부에서 찬양팀으로 섬기고 있습니다.
현재 저희 쉼터에 6명의 청소년들이 있는데요. 감사하게도 전부 제주성안교회에 등록을 해서 다니고 있습니다.
◆김영미> 제주시 남자중장기 청소년쉼터를 통해 바라는 점이 있다면요.
◇윤인노> 청소년들에 대한 인식이나 가정 밖 청소년들에 대한 관점이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문제적 관점으로만 보지 말고 이 아이들 또한 우리 사회가 책임지고 돌봐줘야 될 아이들이라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늘 하는 이야기가 저는 여러분들에게 좋은 이웃을 만들어주기 위해서, 여러분 자녀들의 좋은 친구들을 만들어주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고 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