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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답게 살 최소한의 주거기준에 ‘아동’은 없었다… 주거빈곤 위기의 아이들
글쓴이 : 홈지기
      조회 : 668회       작성일 : 2018-08-09 14:01  
인간답게 살 최소한의 주거기준에 ‘아동’은 없었다… 주거빈곤 위기의 아이들
 2018-08-07 04:05 기사원문 스크랩

 
유권자 아닌 아동은 우선순위에서 밀려 ‘뒷전’

지난달 24일 방문한 김지혜양(가명·18)의 집 내부 모습. 좁은 주방에 놓인 식기 등이 기름때와 먼지로 얼룩졌다. 영국은 아동주거권과 관련해 아동 건강에 위협이 되는 요소를 평가하는 반면 한국의 경우 주거기본법상 정해진 최저주거기준이 아동과 무관하다. 최현규 기자


“집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집이 좋으면 사람도 (삶이) 좋아지고 나쁘면 그만큼 나빠지죠.”

가건물에 사는 18세 민수(가명)는 집을 이렇게 비유했다. 대부분 주거빈곤가구 아동은 언제 끝날 줄 모르는 빈곤 속에 산다. ‘의식주’ 가운데 집은 가장 가격이 비싸고 문턱이 높은 난제다. 문턱은 계속 높아지고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주거빈곤가구는 매일 긴장 속에 살아간다.

전문가들은 아동을 주거권을 보장받을 하나의 주체로 법·제도에 명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은정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아동복지연구소장은 6일 “선진국으로 갈수록 복지의 영역에 주거권이 포함되는데 특히 아동과 같은 약자의 의식주를 보장하기 위한 정책이 잘 마련돼 있다”며 “노인, 저소득층, 장애인, 신혼부부뿐만 아니라 주거빈곤 상태에 놓인 19세 이하 아동도 주거기본법상 임대주택 1순위 지원 대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주거빈곤가구의 아동은 지자체의 관심이 중요하지만 예산 등 자원배분이 걸린 문제에서 유권자가 아닌 아동은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며 “우선 아동복지법에 아동의 주거환경 정기조사를 의무사항으로 포함시키고 지자체가 실태부터 파악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이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주거기준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현재 주거기본법상 정해진 최저주거기준은 아동과 무관하다. 필요한 방 수, 면적, 부엌·화장실 등 설비, 소음·채광·내화·내열 기준 등이 최저주거기준에 명시돼 있지만 이는 강제력이 없다. 현실에선 반지하방에서 열악하게 사는 아이들이 있지만 법에는 지하 주거에 관한 기준이 없다.

영국은 아동 건강에 위협이 되는 주거환경 요소를 평가하는 지표가 있다. 14세 미만 아동이 사는 집에서는 곰팡이 번식 정도를 평가 지표로 삼는다. 5세 미만 영유아가 있는 경우 해충과 쓰레기 등 실내 위생 상태를 고려한다. 창문에 아이들의 손가락이 끼이는 사고 위험이 있는지도 평가한다. 미국은 보건복지부 산하에 아동과 가족을 위한 전담부서를 두고 저소득가구에 에너지 공과금, 주택 수리를 지원하는 사업을 펼치고 있다.

주거빈곤 상태를 벗어날 궁극적 대안인 공공임대주택 제도도 개선이 필요하다. 컨테이너, 고시원, 쪽방촌 등 주택형태가 아닌 곳에서 살면서 소득이 적은 주거취약계층은 정부 지원을 받아 저렴한 비용으로 임대주택에 입주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을 위한 물량은 전체 임대주택의 15%에 불과하며 이 중 60%는 40㎡ 이하의 소형 주택이다. 과거 이 법의 지원 대상이던 노인 등이 주로 1인 가구여서 정해진 기준이다. 아이가 2∼3명씩 있는 주거빈곤가구가 살기에는 적절치 않다.

상당수 주거취약계층은 임대주택에 갈 수 있다고 해도 매달 내야 하는 임대료, 관리비 때문에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현재 있는 집을 개보수하기 위한 지원을 받기도 쉽지 않다. 주택개량 지원은 집이 자기 소유일 경우, 농어촌에 거주할 경우 등으로 한정돼 있어 세입자나 도시가구는 혜택을 받기 어렵다.


정부가 아예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1월 주거복지로드맵을 발표하면서 ‘아동’이라는 개념을 추가했다. 아동이 있는 빈곤가구에 저렴한 공공임대를 우선공급하고 소년·소녀가장 등 보호대상 아동에게는 전세임대주택을 무상으로 제공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또 비영리재단 등을 통해 소액 주거비 대출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은 19세 이하 아동을 둔 국민기초생활수급가구나 차상위계층, 저소득층의 신청을 받아 심사를 통해 가구당 최대 50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 노력이 첫 단계에 들어섰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했다.

김기태 한국도시연구소 연구원은 “아동을 주거취약계층 지원 사업의 주체로 넣은 것은 의미가 있지만 문제는 애초에 그 사업 자체가 잘 안 굴러가고 있는 것”이라며 “법이 정한 임대주택 물량 15% 역시 의무가 아니라 최대 비율이므로 실제로는 훨씬 적은 양의 임대주택이 주거취약계층에 돌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일보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의 공동기획입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oid=005&aid=0001120542&sid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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