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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밖 청소년 앞의 '성매매 덫'… 男女 안가리는 '조건만남'
글쓴이 : 홈지기
      조회 : 3,255회       작성일 : 2015-05-21 13:44  
[학교 밖 청소년, 그들만의 세계-②]'먹고 자는' 문제가 지상과제…성매매로 내몰리는 청소년
머니투데이 신현식 기자, 김종훈 기자
2015.05.21 04:50

편집자주 |

학교 밖 청소년 지원에 관한 법률이 오는 29일 첫 시행된다. 정부의 관심이 학교폭력 등 학교 울타리 내에 집중되는 사이 학교, 가정에서 길거리로 내몰린 학교 밖 청소년은 전국적으로 36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28만명은 정확한 소재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 이들은 생계를 위해 각종 범죄에 쉽게 노출되고 성인들의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사각지대에 내몰린 학교 밖 청소년들의 실태와 실질적인 지원 방안을 강구해본다.

/ 사진=임종철 디자이너
#1 18세 남학생 경호(가명)는 배가 고팠다. 채팅앱을 통해 만난 '뚱뚱한 아줌마'는 경호를 모텔로 데려갔다. "한 시간에 얼마 줄 거냐"는 경호의 물음에 6만원을 주겠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두 시간짜리 '조건만남'의 끝에 경호의 손엔 12만원이 들어왔다.

경호는 8년간 쳐온 피아노를 접고 공부를 하라는 새엄마와 사사건건 부딪혔다. 반대를 무릅쓰고 예술고에 지원해 합격하자 냉대는 더욱 심해졌다. 눈칫밥을 먹다 결국 지난해 말 집을 나왔다.

먹고 자는 문제가 목을 조여 왔다. 인력시장에 나가 시급 3800원에 밤 10시부터 새벽 6시까지 일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도 했다. 집에 재워주는 친구가 없으면 노숙도 했다. 돈 있으면 라면 먹고 없으면 물로 때웠다. 지친 경호에게 일명 '가출팸' 친구는 "남자도 할 수 있는데…너도 해볼래?"라며 채팅앱을 통한 성매매를 권했다.

#2 민수(18·가명)는 부모님의 폭력에 못 이겨 지난해 11월 집을 나와 파주 금촌의 가출팸에 들어갔다. 가출팸에선 34살 '삼촌'과 10대 7명이 함께 생활했다.

삼촌은 여자아이 넷에게 조건만남을 시켰다. 민수를 비롯한 남자아이들은 스마트폰을 붙들고 여자인 척 성매수 남성을 찾았다. 조건만남이 성사되면 1건당 20만원을 받았다. 10만원은 삼촌이 받아 챙겼고 알선한 남자아이와 성을 판 여자아이가 각 5만원씩을 챙기는 구조였다.

민수는 "여자애들은 생리를 하거나 몸이 아프면 쉬기도 했지만 보통 한 달에 20일 정도는 '일'했다"며 "애들이 다 임질, 매독에 걸렸었다"고 털어놨다.

#3 보라(16·여·가명)는 엄마가 나가버린 경기 부천의 집에서 아빠, 할머니와 살고 있었다. 형편이 어려운 집에서 정서적으로 기댈 곳조차 없던 보라는 중학교 때부터 수시로 집을 나갔다. 아빠와 할머니는 보라의 가출을 신경 쓰지 않았다. 고등학교에 진학은 했지만 수업 일수도 못 채우던 보라는 결국 1학년도 마치지 못하고 자퇴했다.

지난 1월 집을 나온 보라는 모바일 즉석만남앱으로 '팸'을 구한다는 글을 올렸다. 이 글을 본 지모군(18)과 김모양(17·여)은 "먹여주고 재워주겠다"며 보라를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원룸으로 끌어들였다.

지옥 같은 나날이 시작됐다. 보라는 원룸에 갇힌 채 컵라면과 삼각 김밥으로 끼니를 때우고 지군이 렌트한 차를 타고 끌려 다니며 성매매 남성들을 상대해야 했다. 김양은 보라가 꾀를 부린다며 빗자루 손잡이로 보라의 전신을 수차례 폭행하기까지 했다. 보라가 받아온 돈은 전부 지군과 김양이 챙겼다.

학업을 중단하고 거리를 방황하는 '학교 밖 청소년'들이 생활고에 시달리다 성매매로 내몰리고 있다. 부모동의서 없이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고 일을 구한다 하더라도 퇴근 후 머무를 곳이 없는 탓이다.

춥고 배고픈 청소년들에게 단시간 내 '목돈'을 쥘 수 있는 성매매는 피하기 힘든 유혹이다. 청소년 성매매는 성별도 가리지 않는다. 성인이 낀 가출팸에선 성매매 알선, 강요, 대금착취도 빈번히 일어난다.

비뚤어진 어른들의 욕구 충족 도구로 전락한 청소년들은 각종 성병에도 노출돼 건강까지 위협받고 있다. 조진경 십대여성인권센터장은 "집을 나오고 2주 내외 짧은 기간에 성매매에 빠지게 되는 경우가 다수"라고 지적했다.

학교 밖 청소년이 성매매에 빠지는 사례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19세 미만 미성년자 성매매 사범은 △2012년 2676명 △2013년 2078명 △지난해 2064명으로 집계됐다.

대부분의 미성년자 성매매가 채팅앱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을 통해 음성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단속이 어려워 실제 성매매에 노출된 청소년은 훨씬 많고, 규모도 계속해서 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조규필 학교 밖 청소년 지원단장은 "거리로 나온 청소년들의 생계와 숙박 문제는 시급한 부분인데 신분도 불확실한 10대에게 업주들이 안정된 일자리와 급여를 줄 리 만무하다"며 "때문에 청소년들이 짧은 시간에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대안이 성매매라고 생각하기 쉽다"고 말했다.

조 단장은 "학교 밖 청소년들은 학교라는 작은 사회에서 소외와 차별의 기억을 가지고 밖으로 나온다"며 "이 경우 윤리적으로 법을 지키고 살겠다는 생각보단 부정적 사회적 인식이 커 범죄에 대한 유혹도 더 받는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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