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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곳 없는 가출 청소년 알아서 돌아가라는 당국
글쓴이 : 홈지기
      조회 : 4,040회       작성일 : 2015-04-06 16:27  
“가출했음. 지금 만남 가능. 페이는 10만원.”

5일 새벽 기자가 스마트폰으로 랜덤 채팅 애플리케이션(앱) ‘즐톡’에 접속해 ‘17세 여성’으로 개인정보를 입력하자마자 모르는 남성들로부터 수십개의 쪽지가 날아들었다.

‘즐톡’은 지난달 26일 서울 관악구 봉천동 한 모텔에서 살해된 중학생 김모양(14)이 피의자 김모씨(38)를 처음 접촉한 앱이다.

이곳에서 만난 한 청소년은 “여기선 조건만남을 많이 한다”며 “10만원이나 그 이상을 부르기도 하지만 잘못하면 돈을 빼앗기기도 한다”고 했다. 또 다른 앱 ‘심톡’에는 “오늘 밤 재워주실 분”이라는 10대 여성의 글이 올라왔다. 한 포털사이트의 가출 카페에는 “가출 일행 구해요”라는 글이 하루에 수십개씩 올라온다.

가출한 뒤 갈 곳을 찾지 못해 방황하는 청소년들이 범죄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 갈 곳도 돈도 없다보니 성매매나 절도 등 범죄에 이끌리거나, 김양처럼 피해자가 되는 경우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가출 청소년들이 무리지어 생활하는 ‘가출팸’(가출패밀리)은 범죄의 온상이나 다름없다.

권민혁군(17·가명)은 가출팸을 통해 범죄를 저질렀다. 권군은 1년 전 친구의 휴대폰을 훔쳤다가 부모님이 알게 되자 혼날 게 두려워 처음 가출했다. 권군은 18, 19세 형들과 16세 여자아이, 15세 남동생으로 구성된 가출팸에 합류했다. 이들은 ‘마약채팅’이라는 앱에 접속해 ‘조건만남’(성매매)을 하자고 성인 남성들을 유인한 뒤 지갑을 훔쳤다. 그 돈으로 월세방을 구해 함께 살았다. 돈이 궁해지면 아는 동생과 차털이를 했다. 권군은 “너무 후회스럽고, ‘내가 왜 그랬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가출 청소년에 관한 정확한 통계는 없다. 여성가족부 등 정부는 한 해 20만명 이상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을 뿐이다.

가출 청소년은 가능한 한 보호자 품으로 신속히 돌려보내야 하지만 이들이 머물 수 있는 쉼터를 확충하는 것도 필요하다. 경제위기 등으로 가족 해체가 늘면서 돌아갈 가정과 보호자가 없는 경우가 점점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전국 가출 청소년 1000명당 청소년 쉼터의 보호를 받는 경우는 1.83명에 불과하다.

특히 서울지역은 0.17명으로 매우 적다. 그나마 쉼터를 이용하는 가출 청소년도 7일까지 머물 수 있는 일시쉼터를 메뚜기처럼 옮겨다니는 ‘쉼터돌이’ ‘쉼터순이’가 대부분이다. 검정고시, 기술 교육 등 자립을 위한 프로그램이 운영되는 중장기 쉼터의 이용률은 점차 떨어지고 있다.

가출 청소년 보호기관인 드림쉼터의 황철현 신부는 “가출이 만성화된 아이들은 쉼터만 돌아다녀도 생활이 가능하기 때문에 일시쉼터가 자립을 방해하는 부분도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가출 청소년이 머물 수 있는 쉼터의 수를 대폭 확대하고, 쉼터의 성격이 청소년별 상황에 적합한 ‘맞춤형’이 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기남 서울시 청소년이동쉼터 소장은 “아이들이 어떤 유형인지, 어떤 교육이 필요한지 발견하고, 그것을 토대로 귀가나 자립을 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2015.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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