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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초등생의 日記… "온종일 엄마에 이끌려 학원 시험지에 파묻혀"
글쓴이 : 홈지기
      조회 : 3,965회       작성일 : 2014-11-26 09:11  
입력 : 2014.11.20 05:39
[부모에게 분노하는 아이들]

-우울증 겪는 연령대 점점 내려가
"집에 오면 숙제때문에 바빠 밤 11시~12시 넘어야 잔다… 학원 바꿔 다니는 게 내 인생"

-휴대폰에 저장된 부모 호칭
80%가 긍정적 어휘지만 일부는 악마·마녀로 묘사
서울의 중견기업에 다니는 박모(52)씨는 최근 고등학생 딸이 보낸 문자 메시지에 충격을 받았다.

사립 명문고에서 최상위권 성적을 유지하며 말썽 한 번 부린 적 없는 딸이 'XX'란 욕설 두 글자를 메시지로 보내온 것이다. 박씨는 "'공부 잘하고 착한 내 아이가 왜?' 하는 생각만 들 뿐 이유를 모르겠다"며 당시 받은 충격을 떠올렸다.

전문가들은 "자녀의 성적 등에 대한 부모의 과도한 기대와 욕심이 자녀로 하여금 우울증이나 부모에 대한 분노를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지난해 지방의 한 교육청이 학교 측의 도움을 받아 초등학교 5학년 전체 학생들의 일기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부모의 욕심대로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이리저리 휘둘리는 아이들의 분노와 절망이 생생하게 나타나 있다.

◇부모에게 분노하는 아이들

A군의 7월 14일 일기는 A4 용지 2페이지에 '학교→학원→집'을 돌며 종일 공부와 숙제에 시달리는 자신의 '뺑뺑이' 일상을 절망적인 어조로 적어 놓았다. A군은 "나는 오늘도 학원, 숙제에 치여 밤 11시에 잠이 든다. '내 꿈은 뭐지, (엄마가 원하는) 예일대?'"라며 "영어 숙제를 하는 나를 엄마는 걱정스럽게 쳐다보았다. 마치 내가 자살을 기도하다 살아난 사람인 양. 입시에 지친 학생들이 자살한다. 나라가 바뀐다는 듯한 희망을 가지고서…"라고 적었다.


19일 오후 대전광역시 유성구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학교 앞에 늘어선 학원 버스를 타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학원버스 기다리며… - 19일 오후 대전광역시 유성구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학교 앞에 늘어선 학원 버스를 타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본지가 입수한 한 초등학교 5학년 학생들의 일기장에는 공부에 시달리는 초등학생들의 하소연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신현종 기자

초등학교 5학년생들 일기에 나타난 부모에 대한 분노. 초등학생 휴대전화에 저장된 부모 호칭.
B양의 5월 17일 일기는 온통 '죽음'이란 단어로 가득했다. B양은 "요즘 집에 오면 숙제 때문에 너무 바쁘다. 학원을 안 다니고 집에서 공부하는 나도 정말 힘든데 학원 다니는 아이들은 얼마나 힘들까"라며 "요즘 죽겠다. 이러다 우리 모두 시험지에 파묻혀 죽을 수도 있겠다. 제발 국가성취도평가가 빨리 끝났으면…"이라고 했다.

C군은 4월 13일 일기에서 "(밤) 12시까지 남아서 공부하는 곳(학원)이 뭐가 좋다고 다니는지 모르겠다. 망할 X의 선생님이 '이 학원이 좋다, 저 학원이 좋다'고 말하니까 엄마들은 애 데리고 여기 갔다 저기 갔다 애들을 반쯤 죽여놓는다"며 "온 사방 곳곳 좋다는 학원만 바꿔서 다니는 내 인생, 그게 바로 나다. 학원 때문에 스트레스받아 짜증 난다"고 했다.

D양의 3월 13일 일기는 학원이 싫은 11가지 이유로만 채워졌다. '선생님이 있으니까' '숙제가 많으니까' 등의 이유를 적어 내려간 D양은 "학원은 스트레스를 공급하는 곳이다. 가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라고 했다. 그는 '어른들에게'라며 적은 추신에서 "야! 이 못된 어른들아~! 우리는 스트레스 받으면 안 죽는 줄 아니? 우리가 무슨 스트레스 먹는 스펀지냐. 학생들이 자살하는 이유는 다 스트레스 때문이야!"라고 했다.

◇아빠는 '악마', 엄마는 '마녀'

대구교육청이 최근 초등학생들이 자기 부모에 대해 갖는 이미지를 알아보기 위해 실시한 조사에선 적지 않은 아이들이 부모를 부정적 이미지로 인식하고 있었다. 이 조사는 4개 초등학교에서 학년별로 1학급씩 표본 추출해 총 472명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부모의 '호칭'이 무엇으로 돼 있는지를 분석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조사에 따르면, 초등학생들이 자기 아빠를 '아빠·아버지' 등 중립적 어휘나 '멋진 아빠' '사랑하는 아빠' 같은 긍정적 어휘로 휴대전화에 입력해 놓은 경우는 82.2%, 엄마는 '엄마·어머니'를 포함해 '예쁜 엄마' '사랑하는 엄마' 등 긍정적 어휘가 79.3%였다. 반면 소수이긴 해도 아빠·엄마를 '적대시'하는 호칭도 꽤 있었다. 아빠는 '늑대' '악마' '잠꾸러기 대마왕' '담배사랑' '대왕문어', 엄마는 '나쁜 엄마' '대왕 오징어' '마녀' '악마' '여우' '과외쌤부인' '쇼핑맨' 등으로 불렸다.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평소 부모의 행태나 부모가 아이를 대하는 양육 방식에 대한 거부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부모 때문에 우울증을 앓거나 분노 조절 장애를 겪는 아이들의 연령대가 점점 내려가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양미진 상담실장은 "자기 의사 표현에 익숙하지 않은 저학년 아이나 유치원생들에게서도 부모의 기대에 맞추지 못한 데서 오는 스트레스로 우울증 증세를 보이거나 적대적 감정을 표출하는 등 '어린이 화병'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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