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희 광주 와이더블유시에이 가정상담센터 소장
광주 여자 단기 청소년 쉼터를 13년 동안 관리하며 위기의 청소년들을 만나온 신경희 광주와이더블유시에이 가정상담센터 소장.
“그때는 어떻게 사랑받아야 할지를 몰라서 나쁜 행동을 해서 시선을 받으려고 했어요.”
소년원에서 지내는 은지(가명·15)가 쓴 편지엔 보호자 없이 자란 빈자리가 마음의 결핍으로 남아 있음을 보여준다. 은지는 광주 여자 단기 청소년 쉼터에서 짧은 기간 만났던 신경희(58) 광주와이더블유시에이(YWCA) 가정상담센터 소장에게 종종 편지를 보낸다. 은지는 편지에 “2년 동안 거의 소년원에서 보내게 되었죠. 이런 나를 되돌아보면 안타깝고, 지내고 있는 이 시간이 아깝죠”라고 적었다.
광주 여자 단기 청소년 쉼터에서 생활하던 청소년들이 신경희 광주와이더블유시에이 가정상담센터 소장에게 보낸 편지들.
보육시설에서 적응하지 못하거나 가정 해체 등으로 뛰쳐나온 위기의 청소년들이 보호받을 수 있는 곳이 청소년 쉼터다. 전국의 청소년 쉼터 134곳(2019년 기준)은 시설 유형별로 △일시(7일 이내 보호) 31곳 △단기(3개월 이내, 3차례 연장 가능) △중장기(3년 이내) 쉼터로 나뉜다. 청소년 쉼터 이용자는 해마다 늘고 있다.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의 집계를 보면, 청소년 쉼터 이용자는 2012년 1만1764명이었으나 지난해엔 3만2402명으로 늘었다.
청소년 쉼터 이용자 상당수는 위험한 환경에 손쉽게 노출될 수 있다. 지난 5월까지 13년 동안 광주의 청소년 단기 쉼터 관리자였던 신경희 소장은 “만약 은지도 버림받았다는 마음의 상처를 초기에 치유했다면 법의 처분을 받지 않아도 됐을 것”이라며 “청소년 쉼터 이용자 중 상당수가 막바지에 미혼모 쉼터나 정신병원, 소년원 등에 간다는 게 슬픈 현실”이라고 말했다. 청소년 쉼터 이용자나 위기의 청소년들이 막다른 길로 몰리다가 몇명이나 보호처분까지 받았는지 통계조차 없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위기의 청소년들의 심리 치유를 맡고 있는 청소년 치료재활센터의 역할이 막중하다. 경기도 용인의 국립중앙청소년치료재활센터(디딤센터)는 전국 유일의 청소년 정서·행동장애 치료 및 재활 전문기관이다. 문제는 치유 수요를 모두 수용할 수 없고 거리가 멀어 수도권 이외의 지역에선 이용하기가 힘들다는 점이다. 대구시가 추진했던 ‘국립 경상권 청소년 치료재활센터’는 2021년 상반기 문을 연다.
호남권엔 청소년 치료재활센터가 없다. 전북 무주의 국립청소년인터넷드림마을은 인터넷이나 휴대전화를 과다하게 사용하는 청소년들을 치유하는 곳이다. 신경희 소장은 “위기의 청소년에게 치료·보호·교육·자립이라는 종합적·전문적인 원스톱 서비스를 지원하려면 호남권에도 청소년 치료재활센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광주시는 최근 전문가들과 티에프를 꾸려 청소년 치료재활센터 설립 등의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글·사진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